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다섯 살에서 여섯 살 정도의 부모를 갑자기 잃은 주인공 내가 체로키 인디언 할아버지 할머니와 지내면서 겪은 일상을 그린 동화 같은 소설이다.
가난하게 살다가 죽은 부모님 집에 친척들이 모여들어 남은 가재집기를 나누어 가지면서 나를 누가 데려다 키울지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나는 할아버지 다리에 매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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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할머니와 함께 버스를 타고 할머니 댁으로 간다. 책을 끝까지 읽고 보니 할아버지는 일부러 기다리셨던 것 같다. 작은 나무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무엇을 시키거나 강요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하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다. 버스 운전사는 표를 미리 사지 않았다는 것을 가지고 고함을 치며 사람들 앞에서 비웃었지만 조용히 요금을 내고 자리에 앉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를 사이에 앉히고 손을 가만히 잡으면서 나는 편안하고 따뜻한 마음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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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나 소설 말고 서로를 늙어서까지 사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내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다. 그냥 의무나 정으로 같이 사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참 따뜻하다. 소설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실화인 줄 알고 볼 때는 더 아름다웠는데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다시 보니 ‘소설이니까’라는 생각도 든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 이슥해서였고 할머니는 산 형제들이 나 ‘작은 나무’를 좋아하고 나와 같이 있고 싶어 한다는 내용의 노래를 불렀고 나는 울지도 않고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다섯 살 아이가 어리지만 부모를 잃으면 외롭고 쓸쓸할 것이다. 그래도 할머니는 자연이 형제고 너를 환영한다는 노래로 위로해 주는데 그래서인가 울지도 않고 아이는 잘 잔다. 인디언들은 이런 축복의 노래를 잘하는가? 참 좋은 내용이고 아이에게 좋은 자장가인 것 같다. 자연 속에서 조화를 이룬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할머니는 가죽으로 모카신을 지어주셨다. 모카신은 땅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신이다. 직접 잡은 짐승 가죽으로 직접 지어 만들고, 인디언들의 대지의 신 모노라와도 더 교감할 수 있다. 한 때 모카신 같은 스타일의 가죽신이 유행했던 적이 있어서 나도 비슷한 것을 신어보았는데 인디언 풍의 이국적인 맛에 발도 편하고 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보니 인디언들에게는 딱 맞는 신발인 것 같다.
할아버지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산꼭대기까지 데리고 가겠다고 하시면서 일부러 깨우지는 않으셨지만 일어나서 큰 목소리로 할머니와 얘기하시고 일부러 시끄러운 소리를 내셨다. 내가 한발 먼저 밖으로 나가자 할아버지는 벌써 나와 있었냐며 감탄하셨다. 여기서도 시키거나 강요하거나 하지 않고 스스로 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책 전체에 이런 흐름이 보인다. 마지막에 고아원에서 데려오는 장면에서도 작은 나무 스스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 하는지를 보려고 할아버지가 일부러 물어보지 않고 기다리는 장면이 나온다.
산에 오르면서 야생칠면조를 잡는 구덩이를 팠다. 꼭대기에서는 산이 깨어나는 것을 보고 탈콘(매)이 메추라기를 잡는 장면을 보았다. 할아버지는 슬퍼하지 말라 하시면서 이게 자연의 이치라고 하셨다. ‘탈콘은 느린 놈을 잡아가서 느린 놈이 느린 새끼들을 낳지 못하게 하고, 메추라기 알을 먹어치우는 들쥐를 잡아먹는다.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진다. 이게 자연의 이치다.’라고 하셨다.
산길을 도로 내려오면서 야생 칠면조 몇 마리가 구덩이에 빠진 것을 보고 나는 작은놈들부터 골랐다. 할아버지는 ‘칠면조들은 사람과 닮은 데가 있다. 뭐든지 다 알고 있는 듯이 하면서 자기 주위에 뭐가 있는지 내려다보려고는 않는다. 항상 머리를 꼿꼿하게 쳐들고 있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 배우는 거다’고 하셨다. 내가 ‘그 버스 운전사처럼요?’라고 물으니, 의아해하시다가 할아버지는 웃음을 터뜨리시면서 ‘그건 어디까지나 그 사람이 짊어져야 할 짐이란다. 우리에게는 아무 문제도 없으니까 신경 쓸 필요 없단다’라고 하셨다. 이 대목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생활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책이 마음에 들어 결국 사놓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권하였다. 피폐해졌다 느꼈을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기거나 좋은 것을 손에 넣으면 무엇보다 먼저 이웃과 함께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말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 그 좋은 것이 널리 퍼지게 된다.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하시면서. 할머니가 나에게 잘 했다 하며 칭찬해 주셨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웃기도 많이 웃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인디언들의 지혜는 유명하기도 하지만 이 책은 육아 도서로도 훌륭하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아이가 보면 좋은 글들도 많다. 그런것들을 하나씩 표시해 가며 읽으면 더욱 즐거워진다. 나중에 아이가 읽을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말이다.
엄마 아빠가 모두 돌아가셔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산속에서 살게 된 아이 작은 나무의 성장 이야기이다. 동심을 잃지 않은 할아버지와 지혜로운 할머니 사이에서 작은나무는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친구삼아 살아가는 방법도 알게 된다. 특히 할아버지의 가르침은 기독교인과의 거래에서 볼 수 있듯이 탈무드에 나오는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과도 비슷하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모두 잃어 이별이라는 말을 너무나 일찍 알아버린 작은 나무에게 단짝인 개 링거의 죽음으로 또 한 번 슬픔이 찾아오자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늙어서 자기가 사랑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면 좋은 점만 생각나지 나쁜 점은 절대 생각나지 않는다.그게 바로 나쁜 건 정말 별거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하셨다. 이후에. 잠깐의 헤어짐이 있게 되는데 이 말이 작은 나무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할아버지와 산 속에서 위스키를 만들고 그걸 내다 팔고 위기를 극복하면서 동료애도 갖게 된다. 물론 작은 나무의 몫도 챙겨주는 걸 잊지 않으셨다. 아이의 자존감을 형성하는 좋은 가르침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이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심어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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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별이 있었다. 그렇지만 서로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일까 운명처럼 고아원으로 할아버지가 찾아와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멀리 떨어졌어도 통하는 것일까 작은 나무는 늘 별을 보며 산속 집을 생각하고 마음으로 쫓았다. 집으로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분 모두 돌아가시게 되면서 작은 나무는 혼자 남게 된다. 그렇지만 두 분의 가르침으로 씩씩하게 삶을 슬기롭게 이어나간다. 아마도 작은 나무가 나무들을 느끼듯 귀 기울여 듣고 있으면 할아버지 할머니를 느낄 수 있어서 늘 함께이지 않을까 싶다.